제 목 : [한자名 개명붐]우리말 ‘아름’ 에서
내년 2월 고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날 예정인 이현경(李泫坰·18)양은 지난달 순우리말 이름을 한자로 바꿨다.
부모가 지어준 이전의 ‘아름’ 이라는 이름도 예뻤지만 한자 사용이 필수적인 일본 생활에서는 한자 이름이 여러모로 편리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양은 한국인이라 이름을 마냥 영어로 적는 것도 여의치 않고 여권과 학교생활 등에서 한자 표기가 불가능한 이름이면 괜히 놀림을 받을 것 같은 걱정도 들었다.
내년초 정치학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중국으로 유학가는 윤바다씨(30)도 이양과 비슷한 이유로 조만간 서울가정법원에 개명을 신청할 계획이어서 요즘 적당한 한자이름을 고르느라 고심하고 있다.
이들처럼 중국·일본 등 한자 문화권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면서 순우리말 이름을 버리고 한자로 개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어릴 때 지었던 순우리말 이름이 나이가 들어서는 놀림거리가 된다는 등의 이유로 한자이름으로 바꾸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체 개명 신청건수는 ▲1998년 2만 4천 53건 ▲99년 3만 6백 56건 ▲2000년 3만 3천 2백 10건 ▲2001년 3만 8천 5백 49건 ▲2002년 8월 현재 2만 9천 6백 45건으로 매년 10%가량씩 늘고 있다.
이중에는 순우리말에서 한자 이름으로 개명한 건수가 다수 포함돼 있다.
지난 9월 한달간 서울가정법원에서만 순우리말 이름을 가진 10명에게 한자로 개명하도록 허가됐다.
강원구 서울가정법원장은 “여전히 한자 이름이 보편적인 사회 분위기여서 본격적인 사회진출을 앞두고 한문으로 이름을 바꾸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2002년 10월 21일
경향신문 안홍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