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여성 '별난이름'에 운다
‘이름이 뭐길래…’
21세기를 맞이했지만 많은 여성들이 남존여비 사상에서 비롯된 이름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수모를 당하고 있다. 특히 일부 중년 여성들은 남편이나 자식에게 나쁜 일이 생기면 ‘이름이 안좋아 그렇게 됐다’는 주변의 점괘 시비에 휘말리며 이름 때문에 가정파탄까지 맞고 있다.
최근 법원엔 눈물로 개명(改名)을 호소하는 중년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8년전 결혼해 7살과 6살된 남매를 둔 주부 J씨(30·화천군)는 최근 춘천지방법원을 찾아 이름을 바꾸게 해달라는 개명 신청서를 냈다.
J씨는 결혼할 때부터 궁합이 안좋다며 결혼을 반대한 시댁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금의 남편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러나 시댁 식구들의 이름에 대한 불신은 가라앉지 않아 시어머니는 J씨에게 계속 “이름 사주에 남자관계가 복잡한데다 한 평생 허망하게 살고 기가 너무 세 남편이 큰 일을 못한다”며 볼 때마다 혀를 찼다.
이후 한두 해 이름 시비외엔 큰 문제없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J씨의 고통은 어느날 생긴 남편과 택시기사와의 사소한 싸움에서 시작됐다.
폭행 혐의로 남편이 경찰에서 조사를 받게되자 시댁 식구들이 본격적으로 J씨의 이름을 원망하기 시작했고 이후 남편이 친구에게 보증을 서준 것이 잘못돼 집이 경매처분되자 이마저 J씨 이름 탓으로 돌려졌다.
결국 시댁은 J씨에게 ‘이름을 바꾸던지 이혼을 하라’고 강요했고 이에 J씨는 짐을 싸 친정으로 거처를 옮겨야 했다.
“열심히 일을 해 돈을 모아 가족이 같이 모여 살도록 해달라”며 낸 J씨의 개명신청은 지난 7일 기각됐다.
또 같은날 이름 때문에 생긴 나쁜 일들을 지우고 싶다며 개명을 신청한 2명의 30대 여성들도 모두 신청이 기각됐다. 미신에 근거한 개명이 남발되면 사회질서에 혼란이 생긴다는 게 법원의 기각 사유이다.
한편 춘천지법 및 관내 4개 지원에 따르면 도내 개명허가 신청자는 지난 99년 895명에 비해 지난해엔 975명으로 늘어났으며 개명허가 신청자 가운데 성인의 경우 90%이상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2월 10일
강원도민일보 김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