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한글 이름이 예쁘긴 한데… 권위가 없어보여서"
우리말 이름을 가진 초등학교 교사 김모씨(31)는 교직 생활 4년만에 큰 결단을 내렸다. 30년 넘도록 간직해온 한글 이름을 한자 이름으로 바꾸기로 결심한 것. 예쁘고 아담한 이름을 버리고 비록 딱딱하지만 한자식 이름으로 바꿔달라며 법원에 낸 개명(改名) 신청이 최근 받아들여지자 김씨는 "섭섭하지만 앞으로 이름으로 인한 마음고생은 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이모씨(27)도 "이력서를 쓸 때나, 공공기관에 문서를 신청할 때면 어김없이 비워둬야한 했던 한자 이름란을 이젠 채울 수 있게 됐다"며 주변 친구들에게 새 이름을 알리는 게 즐겁기만 하다.
198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사회적 붐을 일으킨 한글 이름이 점차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
"가벼워 보인다"거나 "권위가 없어서", "놀림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주된 이유들이다. 한자 이름과 달리 사주나 성명학적 의미를 담기 힘든 것도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평생을 함께해온 한글 이름을 포기하고 한자식 이름을 택하는 이들은 광주.전남에서만 한해 100명에 육박하고 있다. 광주지법 가정지원에 접수되는 개명 신청사례의 3-4%에 이르는 수치다.
새롬, 아람, 우람, 초롱 등 깜찍하지만 어린 아이 이름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한 30대 여성 공무원은 "여고생 시절까지는 그럭저럭 예쁜 이름이라 여겼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가볍고 때론 유치하다는 생각까지 들어 개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한자 이름을 한글로 개명신청한 경우는 1%에도 미치지 못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작명소도 사정은 비슷해 한글 이름을 한자로 바꾸기 위해 상담하는 경우는 100건 중 10-15건에 달하지만 그 반대는 1% 미만이다.
한편 광주지법에 접수된 개명 신청건수는 2005년 2909건이던 것이 2006년 4354건으로 급증한 다음 2007년 4399건, 2008년 4695건, 올해 1-9월 4459건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09년 10월 8일
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